가을에는
박제영
가을에는 홀로 길을 떠나야 하리
정한 약속 없어도 좋으니
정한 사람 없어도 좋으니
홀로 빈 길을 떠나야 하리
가을은 홀로 푸른 허공
홀로 붉은 고갯길
가을은 홀로 깊은 호수
혼자 걷는 순례의 계절
걷다가 홀로이 걷다가
사람을 지우고 그림자를 지우고
마침내 텅 빈, 맨몸의 순례자여
가을에는 홀로 외로운 여행을 떠나야 하리
***
<약력>
- 강원도 춘천 출생
- 1992년 『시문학』 등단
- 시집 : 『뜻밖에』, 『푸르른 소멸-플라스틱 플라워』박제영
- 산문집 : 『소통의 월요시편지』
- 빈터 동인, a4 동인